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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드라마

역적 : 백성을 훔친 도적 - 홍길동전

by shineylake 2023.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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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적 백성의 마음을 훔친 도적

 

일반적으로 아무개를 말할 때 홍길동을 자주 사용한다. 그 만큼 홍길동은 우리 민족에게 있어 매우 잘 알려져 있고 친근한 이름이다. 허균의 홍길동과 드라마 역적에 나오는 홍길동의 이야기가 100% 일치하지는 않으나 두 이야기가 말하려는 것은 같은 것이다. 신분제가 얼마나 인간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말이다. 노비는 사람이 아니라 양반 주인이 사고 팔 수 있는 재산으로 취급되었다. 이 얼마나 참담하며 비극적인 일인가? 양반 주인이 사람인 노비를 마음대로 할 수 있던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신분제가 폐지된 것이 겨우 2백여년 전 이라는 것이다. 오랜 인류 역사를 생각할 때 노비 등 신분제가 없어진 것이 최근인 것이다. 현재의 사람들에게는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불과 2백여년 전 태어났다면 노비로 태어날 수도 있었고 그러면 아무런 자유가 없고 사고 팔리는 존재인 물건 취급되는, 인권이라고는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참담한 삶을 평생 살았을 수도 있다. 그 오랜 인류의 역사에서 이러한 신분제에 갇혀 핍박받고 인권을 유린당하며 느꼈을 울분은 깊은 한으로 삶에 아로새겨졌을 것이다.

이러한 일반 민중의 한을 홍길동이란 인물이 통쾌하게 갚아주는 것이다. 홍길동이란 인물은 허균의 소설에 나오는 가상의 인물이기도 하지만 연산군때의 실제 인물이기도 하다. 드라마 역적은 연산군 시기이므로 허균의 홍길동과 실제 인물의 이야기를 적당히 섞은 것 같다. 드라마 이야기만을 말한다면 우리나라는 신분제를 타파하는 시민혁명을 이룬 것이다. 얼마나 앞서 나간 민족인 것인가? 실제로 그 당시 시민혁명이 이루어졌었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또한 블록버스터 영화의 한 주제를 이루는 슈퍼히어로의 이야기가 우리나라에서는 벌써 홍길동전에서 다루어지고 있다. 여러모로 앞서 나가는 우리나라의 이야기 홍길동전인 것이다.

 

 

 

1. 소설 홍길동전(洪吉童傳)의 주인공

 

洪吉童 / Hong Gil-dong

 

소설 '홍길동전'의 주인공으로 초능력을 부리는 인물로 코리안 슈퍼히어로의 시초이자 대표 격이다.

 

승상 홍문과 몸종 춘섬 사이에서 태어난 얼자이다. 고전 소설 주인공답게 태몽부터 비범한데, 홍문이 대낮에 청룡이 나오는 꿈을 꾸고 귀한 아들이 태어날 태몽임을 직감했다고 한다. 이에 꿈이 달아날까봐 얘기는 못하겠고 바로 동침하려고 했지만 '어찌 대낮에 아녀자와 잠자리를 같이 하렵니까? 재상은 체면도 없소?'라며 부인이 거부하여 몸종과 동침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홍길동이 얼자로 태어난것. 이 동침 부분은 대부분의 아동용 판본에서 주 독자층인 어린이들에게 선정적으로 보이는지라 삭제되기 일쑤다.

 

작가 허균이 동기로 삼은, 연산군 통치기에 활동한 도적인 홍길동과는 발음이 같지만 한자가 다르다. 이것은 저자인 허균이 두 사람을 분리하기 위한 장치인 듯 하다.

 

물론 실재했던 홍길동도 실제 행적 여부와 무관하게 후대에는 의적 비슷하게 일부 반가에서 인기를 끌기도 했다. 소설을 지은 허균은 이러한 평판을 빌려서 조선 시대의 계급 지상주의를 비판하는 다크 히어로로서 의적 캐릭터 홍길동을 창조했다. 허균의 동시대 인물 택당 이식은 택당잡저에서 허균이 홍길동을 창조할 때 《수호전》에서 등장하는 도적들에서 영감을 얻었다 한다.

 

현대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홍길동이 다크 히어로라는 말이 어색할 수도 있겠으나 일단 실제 실록에서의 기록 부터가 도적이고 소설 내부에서도 홍길동은 초반에 온갖 소동을 일으키면서 노비의 자식이라는 혈통에도 율도국을 세우면서 계급 사상을 완전히 비트는 결말을 보이는 주인공이다. 참고로, 당시 오락 소설들은 주인공들의 핏줄이 죄다 입신양명을 부르짖는 유교다운 선비의 혈통을 강조할 정도로 유교 사상에 찌들어 있는 상태였다.

 

실제 홍길동은 연산군 통치기에 때 활동했으나 홍길동전은 문종 통치기를 배경으로 삼는다. 소설 도입부는 조선조 세종 16(1434)에 태어났다는 내용이지만, 홍길동이 청년이 돼서 활동한 시대를 계산하면 문종 시기라는 결론이 나온다. 물론, 실제 역사와는 무관한 소설 속의 설정이다.

 

하지만 실재한 홍길동은 오히려 높으신 분들의 인맥을 활용했던 지능형 범죄자에 가까워서 소설의 주인공과는 정반대다. 그럼에도 소설의 평가는 당대 양반들도 교훈으로 받아들였다. , 실재한 홍길동도 얼자라는 한계 때문에 신분제 사회인 조선에서 도적행보를 보인 것을 안타깝게 여긴 듯 하다.

 

'홍길동이 도술을 부릴 수 있다'라는 설정도 유명하다. 이는 실존했던 홍길동이 워낙 신출귀몰해서 생겨난 전설들을 차용한 것이다. 홍길동이 역경을 만나고 고뇌할 때마다 보이는 배경 묘사가 명장면이라서 소설다운 가치도 높다.

 

현재까지 수많은 창작자에 의해 영화, 애니메이션, 만화가 만들어졌다. 한국에서 대표 히어로라고 하면, 의적으로 각색된 홍길동을 떠올릴 정도로 유명하다.

 

1.1. 면모

 

도적이면서도 무술, 학문, 점술, 용병술, 초능력에 두루 능한 천재형 사람이다. 이는 실존했던 홍길동도 권력층의 서자로서 제법 훌륭한 지략을 보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설이나 소설에서나 지략파 의적으로서의 이미지가 두드러진다.

 

홍길동의 활약은 마을, 군대, 국가 단위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에, 외국의 전설에 나오는 도적들과 비교해도 스케일이 큰 편이다. 단 대륙의 기상인 수호전과는 물량 면에서 비교가 안 된다. 수호전은 두령만 108명이고 졸개는 만 단위로 헤아리니... 중국은 자국 내 다툼조차 웬만한 국가 간의 큰 전쟁 규모라서 그럴 수 밖에 없다.

 

백성을 생각하는 마음은 물론이고 지략 면에서는 웬만한 영웅들보다도 훌륭하지만 마지막에 왕을 세우고 첩을 만들었다는 언급 때문에 개혁을 이룬 사람이 아닌 겉으로만 착한 체하는 사람이라는 평도 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처첩이 아닌 이처라 서술되어 둘다 동등한 아내로 대우했다는 해석이 있다. 또한 아나키즘 같은 사상조차 무턱대고 왕을 없애서 이상향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부조리를 없애서 사회를 발전하게 하자고 주장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홍길동의 행적을 겉으로만 착한 체한다고 무조건 비판하기는 어렵다.

 

당초 이상향이라는 것도 그 상상력이 발휘된 시대의 한계에 종속되는 것인데, 이를 현대의 정치관-윤리관에 따라 비판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도 현대의 기준으로 보면 노예제가 있고 전쟁하기도 하고 식민지도 만들고 억압된 사회이다.

 

단순히 탐관오리들을 조롱하는데 그치지 않고 벼슬에 진출해 나라를 침략하는 오랑캐를 토벌하거나 새로운 이상국을 세우는 행보만 봐도,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강한 인물이다. 홍길동이 상대하는 단위는 대부분 군대인데 살상 행위는 갈수록 준다는 점만 봐도, 의외의 깊이를 부여한 캐릭터이다.

 

소설에서도 홍길동은 상황이 꼬인 끝에 사람을 몇 명 죽이고 괴로워하지만 후대로 갈수록 겸손하고 선량한 의적으로 바뀐다. 현대 홍길동의 이미지를 창조한 화백 신동우의 명작 만화 <풍운아 홍길동>부터는 아예 사람을 죽이지 않는 의적이 되었다. 현대에 사는 사람들이 기억하는 홍길동은 대부분 이런 모습이다.

 

또한 아버지와 형 등 가족에 대한 애정 자체는 진심으로 가지고 있었으며 '호부호형'이란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본인 또한 가족으로서 인정받기를 원했다. 물론 아버지 홍상직과 형 홍인형은 홍길동을 차별하지 않고 진심으로 자신의 아들이자 동생으로 대했지만, 그럼에도 홍길동은 공식적으론 '호부호형'을 하지 못하는 등 서얼로서 차별을 받아야 했다. 즉 홍길동은 단순히 가족들에게 받은 차별이 아닌, 사회 전체의 공식적인 차별을 타파하기 위해 저항하였던 것.

 

화백 신동우의 <풍운아 홍길동> 이후에는, 파란색 쾌자를 입고 초립을 쓴 보부상 같은 모습이 자리잡았다. 이것은 백성답게 흔히 생각되는 복식이기 때문에 창포검과 함께 홍길동을 상징하는 이미지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이는 풍운아 홍길동의 영향이기 때문에, 영향밖에서 제작된 북한제 영화의 홍길동은 쾌자도 초립도 쓰지 않는다.

 

머리에도 조선 시대 백성이 흔히 사용하던 고름 달린 흰색 두건을 맨다. 현실에 알맞게 묘사하려는 매체에서는 살구색, 붉은색 외투를 입히기도 하지만, 역시나 홍길동하면 푸른 계통의 외투를 입혀야 알아본다.

 

1.2. 홍길동의 초능력

 

괴력: 천근(600kg)이나 되는 초부석이라는 바위를 들어 수십걸음을 걸을 정도.

분신술: 홍길동의 초능력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능력. 허수아비를 매개로 만들며, 분신들이 제각기 사고판단이 가능하기 때문에 한번에 8명의 홍길동이 전국 팔도에서 활약하다가 단체로 잡혀와서 대신들을 조롱하는 장면이 유명하다. 완판본은 허수아비 분신 7, 본체1. 경판본도 허수아비 7, 본체1이지만 임금 앞에서 사라질때 8명의 홍길동 모두가 허수아비였던걸로 나온다. 아마도 조선이 팔도인 까닭으로 8명인 것으로 보인다.

여기 참석한 홍길동의 아버지 홍문 승상이 홍길동의 왼편 다리에 붉은 점이 일곱개있다는 신체 특징을 이용해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려했지만 다 똑같이 왼편 다리에 붉은점이 일곱개있어서 실패할 정도로 정교하다. 이에 충격을 받은 홍문 승상은 졸도해버리고 여덟 홍길동이 약을 먹여 겨우 살려낸다. 몇몇 판본에선 신체 특징을 확인하는게 아니라 신체 특징을 말하고 나서 홍길동을 꾸짖다가 피를 토하며 졸도해 여덟 홍길동이 손가락을 깨물어 피를 한방울씩 먹여 정신을 차리게 하는 것으로 나온다.

홍문이 홍길동 다리의 점을 확인하는 장면은 완판본에 나오는 장면으로 경판본에서는 더 나중에 병조판서 자리를 줄때 홍길동의 형이 확인한다.

바람 술법: 바람을 만들어내고, 국소적으로 날씨까지 조종하는 능력을 보여준다. 특히 바람을 일으키는 능력으로 위기를 모면하거나, 악행을 일삼는 관리들에게 경고를 보낼 때도 돌풍을 사용한다. 심지어 바람을 타고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묘사도 있다. 종이에 비 우()자를 3장 써서 공중에 날리더니 비를 내려 화약을 젖게 만들어 총을 무력화시키기도 한다. 비행능력은 따로 분류하기도 한다.

소환술: 황건역사 같은 신장(神將)들을 소환해 부릴 수 있다.

환술: 환상을 보여주거나, 텔레파시 능력을 사용하기도 한다. 심지어 다른 사람의 정신을 억압하는 해석도 있다. 의외지만, 홍길동이 상당히 자주 사용하는 능력이다. 일부 판본에서는 사이코메트리(독파술)처럼 그 자리에서 일어난 일을 보거나, 심지어 독심술이나 예언능력을 가지기도 한다.

인형 술법: 분신술에도 사용하는 인형을 저주용으로 사용하는 능력. 이걸로 사람의 육체를 강제로 움직이거나 멀리서도 고통을 주거나 손을 대지 않고 죽여 버리기도 한다. 본래 소설에 등장하는 성격과는 다르지만, 후대의 각색 중 하나로 추가되었다. 그 대표가 개그 영화 <슈퍼 홍길동>.

퇴마술: 후반부에 율도국을 세울 때 대결한 상대. 한국 요괴 문서에 나오는 거대 이무기, 혹은 지하국대적(오우거와 비슷한 괴물)을 무찌르는 것으로 묘사되는 경우도 있다. 귀신, 요괴와 엮일 때는 주문을 외워서 쫓아버리는 언급도 있다.

변신술: 일부 판본이나 현대 각색에서 등장하는 능력. 사람, 동물, 무생물로도 변신이 가능하다. 심지어는, 일본의 모 거대로봇으로 변신하는 황당무계한 개그 만화도 있었다. 단순히 다른 사람처럼 변장을 하는 능력을 의미할 때도 있다. 은근히 여장 속성이 있는 경우도 많다.

이와 같이, 소설에서 나오는 묘사만 해도 초능력자 혹은 완벽초인 수준이다. 마치 손오공의 조선 버전과도 같다. 소설 홍길동전의 백미는, 이러한 슈퍼 파워를 가진 의적이 세상을 바꾸고 자신의 정체성을 두고 고뇌하는 과정에 있지만 결국 고국을 떠나서 무인도에다 이상국을 건설하는 모습을 보면, 강력한 영웅 한 명의 힘으로도 세상은 바꿀 수 없다는 교훈까지 보인다. 정말로, 현대의 슈퍼 히어로들의 스토리와 똑같다.

 

1.3. 주변 인물

 

소설 원전에 등장하는 사람뿐 아니라, 현대 매체에서 중요하게 각색되는 사람들도 있으므로 여기에 정리.

홍상직 - 아버지. 홍징은 할아버지 성명이다. 소설 이후로는 홍정승 혹은 홍판서이라는 성명으로 각색된다. 홍길동을 얻기 전 꿈을 꾸는데, 한 노인이 자신은 청룡이라고 하면서 요새 황룡이 나타나 자신을 해치고 보금자리를 빼앗으려고 하니 당신의 활솜씨로 그를 처치해 달라고 요청한다. 하늘이 어두워지고 천둥번개가 치는 와중 구름 밑으로 청룡과 황룡의 뒤엉킨 꼬리가 보이자 황룡의 꼬리를 쏘았고,[3] 피가 나오면서 순식간에 그것들이 사라지고 구름이 말끔하게 걷혔는데 그날 청룡이 꿈에 도로 나타나 고마움의 인사를 하면서 좋은 아들을 점지해 주겠다고 한다. 그런데 하필 그날따라 본부인이 잠자리를 거부했고 대신 첩과 동침했는데 그렇게 얻은 서자가 홍길동.

원래는 자신을 아버지라고 부르지 못하는 길동의 고통을 방자해질 것을 우려해 외면하고 꾸짖었지만 속으로는 마음에 걸렸는지 길동이 집을 떠나면서 마지막 소원으로 호부호형을 허락해 달라고 하자 지금까지 별 대수도 아닌 것에 내가 너무 집착했다며 원대로 하라고, 이제부터는 나를 아버지라고 부르고 인형이를 형이라고 부르라며 선선히 허락한다.

홍인형 - 소설에서 형으로 등장하는 사람. 적자로, 소설 이본에 따라서는 홍길현이란 성명으로 나오기도 한다. 따뜻하고 강직한 성품으로서 어른스러운 사람이다. 그 덕분에 도적이 되어 버린 홍길동의 일탈성 면모를 더 느끼게 하는 사람. 주인공에 대비되는 사람을 무조건 찌질이로 만들지 않았다는 점에서, 홍길동전의 소설다운 가치를 잘 보이는 인물인 덕분에 너무나 유명한 인물이라서 실재한 사람의 성명이라고 믿는 사람이 꽤 많은 만큼 바람직한 형을 대표하는 캐릭터. 모티브는 실재한 도적 홍길동의 둘째 형인 홍일동.

일부 판본에서는 조정의 보복성 인사로 홍인형에게 홍길동을 잡아오라고 명령을 내려서 홍인형은 동생을 잡지도 어명을 거역하지도 못하고 하루하루 쇠약해져가자 홍길동은 형님 죽는 거 볼 수 없다고 자수하고, 홍인형도 그런 동생 보고 내가 어찌 널 죽게 잡아가냐고 울부짖는 등 형제간의 우애가 돈독하게 나온다.

백운도사 - 사람을 죽이고 쓸모없는 사람이 된 홍길동에게 도술을 가르쳐 준 선인. 원전에는 전혀 등장하지 않고 홍길동에게 스승 자체가 없으나 왜인지 매체에서 자주 나온다.

마숙 - 홍길동의 부하로 율도국을 정복할 때 후군장으로 공을 세운다. 홍길동이 왕이 되는데 1등 공신 격이지만, 그런데 드라마 전우치에서는 변절해서 악역이 되었다는 설정으로 나와서 홍길동전의 팬들에게 욕을 엄청 먹었다.

차돌바위 - 현대 홍길동의 이미지를 창조한 화백 신동우의 명작 <풍운아 홍길동>에서 나오는 사람. 방자 스타일의 전형인 동료.

덥석부리 장군 - 마찬가지로, <풍운아 홍길동>에서 나오는 수하. 이쪽은 신동우 화백의 개성이 강한 사람인지라 변주곡으로 등장하는 때가 적은 편이지만, 홍길동 자체가 현대로 들어서 가볍고 친숙한 이미지로 변하는지라 주인공 대신 무게감을 잡아 주는 무뚝뚝한 산적이 한 명씩 나오는 편이다.

곱단이 - <풍운아 홍길동>의 여자 주인공. 청초한 여자의 전형으로서 홍길동에게 구출되어서 도적단의 가사를 돕게 된다. 후대의 현대 매체도 이렇게 청초하지만 도적단을 돕는 여자 이미지를 답습하게 된다.

돌순이 - 홍길동의 첩을 재해석한 캐릭터. 방자의 여성 버전인 향단이의 변주곡으로 나타내기도 한다. 조선 왕조 시절에 나온 <홍길동전>의 여러 판본 중에서도 활극에 어울리게 무예에도 능한 첩들이 있다. 현대에 가장 유명한 것은 한일 합작 애니메이션 '돌아온 홍길동'에서 나온 히로인 2. 오타쿠 세대에게는 유일하게 건질 캐릭터라고 평가받는다. 전형적인 츤데레 미소녀지만, 당연히 홍길동에게 퐁 빠진다. 그리고 가슴을 만지는 장면이 있다.

춘섬 - 홍길동의 어머니로 홍 판서의 시비였다.

초란 - 홍 판서의 또다른 첩. 홍 판서가 길동을 낳은 춘섬을 예뻐하자 이를 고깝게 여긴다. 이후 관상녀가 길동에게 '왕이 될 상'이라고 하자 이를 트집잡아 자객 특재를 고용해 길동을 해치려 한다. 특재와 관상녀는 길동에게 죽고, 홍 판서는 초란을 내쫓아 버린다.

특재 - 초란이 고용한 자객. 길동의 도술에 호되게 당하고 칼싸움을 벌였으나 결국 목숨을 잃는다.

관상녀 - 길동의 관상을 보고 초란에게 자객 특재를 중개해 준 인물. 길동은 특재를 죽인 후 관상녀까지 잡아 와 특재의 시체를 보이며 꾸짖고 함께 죽여 버린다.

 

1.4. 홍길동전 관련 매체 속 활용

 

홍길동은 세상의 형태에 의구심을 가지고 정체성을 찾아서 고뇌하는 인물로 남다르게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사람이다보니, 오히려 여러 밈과 애드립에 활용되고 있다(...). 보통 "XX XX라 부르지 못한다"라는 식.

 

홍길동이 실존인물이라 후손들이 저작권료 내라고 문제삼을 것 같다는 말[4]이 있는데, 진지하게 따지자면 보통 작가들은 현실 인물 홍길동보다는 소설 홍길동전의 등장인물 홍길동을 주로 모티브로 삼으며, 그 홍길동전 작품 자체도 제작된 지 수 백년이 지나 저작권이 소멸된 퍼블릭 도메인이라 작품에 나올 수 있다.

 

한국도로공사의 마스코트 길통이도 모티브는 홍길동이다.

 

다만 1990년대 이후 대중매체에서는 예전만큼 등장하진 않는 편이다. 돌풍, 환술, 분신술에 능숙한 도적이란 개념은 재미있지만, 다른 대체 캐릭터들도 많아져서인지 예전만큼의 인기를 끌진 못하고 있다. 성명이 촌스럽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다(...). 심지어 요즘 어린이들은 홍길동이란 이름조차 잘 모르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학교 교과서나 가정통신문에서 이름 기입하는 란이 있을 때 예시로 '홍길동'을 삼는 경우가 많다.

 

1.4.1.  홍길동 관련 소설

 

근육조선에선 홍길동이 등장하나 이쪽은 율도상회를 경영하며 살았다.

황길동

 

1.4.2. 만화

 

99강화나무몽둥이

고우영 홍길동 - 특이하게도 이 작품의 홍길동은 서출이 아니라 처음부터 홍 판서를 아버지라 부르며 애정을 받고 자라나는 가정사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게 묘사된다. 하지만 어린 시절 홍 판서가 역모 누명을 씌고 일가가 모두 잡혀가고 스승의 도움으로 겨우 빠져나와 도술과 무예를 연마해 원수들을 처단하는데...... 어렸을 적 아버지와 가족을 잡으러온 군사들이 북치고 오는 소리에 트라우마가 생겨 북 치는 소리만 들으면 힘을 못쓰는 슈퍼히어로식 약점도 있다.

김봉곤의 홍길동전: 만화를 읽으면서 들어갈 한자를 보고 배울 수 있으며 개그성이 들어가 있다.

더 게이머 - 율도왕으로 등장한다

도를 아십니까(웹툰) - 한국 도사협회의 회장으로 등장한다.

사신소년 - 63화에서 영혼으로 등장하며 최초로 이경호의 몸을 지배한 영혼으로 나온다.

은탄 - 홍킬동: 김규삼이 그린 웹툰. 정확히는 홍길동이 아니라 홍kill동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며, 촉법도적에 흑인으로 나온다. 작가 말로는 유명한 인터넷 밈인 흑길동을 밈으로만 소비하지 정작 정식 작품으로는 아무도 안그리길래 직접 그렸다고.

코미디 홍길동 - 길창덕 화백 작 어린이용 코미디물. 배경이 연산군 시절이며 길창덕 특유의 개그센스가 듬뿍 담겨있는 제법 볼만한 작품. 홍길동의 활빈당이 중종반정에 가담하여 연산군을 왕좌에서 몰아낸 뒤 홍길동은 머리를 깎고 속세를 떠나는 것으로 스토리를 마무리짓는다.

풍운아 홍길동 - 전쟁 세대 신동우 화백의 명작 만화. 현대 홍길동의 이미지가 여기서 출발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림 출처는 여기

헬로도사 - 5대 신선왕으로 나오며 길홍이라는 이름을 쓴다.

홍길동과 헤딩박

 

1.4.3. 영화

 

대부분 아동용, 개그 장르이다.

인걸 홍길동: 1958년 김일해 감독의 영화. 배우 황해남이 연기했다.

슈퍼 홍길동

의적홍길동 - 1986년에 북한에서 제작한 홍길동 영화. 남한과 홍길동의 이미지를 전혀 공유하지 않은채 만들어진 까닭에, 널리 알려진 쾌자와 초립을 쓴 홍길동이 아닌 시노비처럼 두건을 두르고 다니는 홍길동의 이미지를 볼 수 있다. 수출용으로 제작된 까닭에 프로파간다 특성이 없고, 덕분인지 한국 공영방송에서도 방영한 바가 있다.

홍길동 대 터미네이터 유튜브에 풀영상이 올라와 있다

홍길동의 후예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 무대를 현대로 옮겨 각색한 액션 느와르 영화.

 

1.4.4. 애니메이션

 

홍길동(1967) - 1967 1 21일 개봉한 위의 만화인 '풍운아 홍길동'을 원작으로 한 한국 최초의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원본 필름은 오래전에 소실되어 한동안 볼 수 없었으나, 2006년에 이남국 교수가 흑백 예고편을 찾아내고 이듬해에 애니연구가 김준양이 일본으로 수출되었던 일본어판 필름을 찾아냈다. 이 필름은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던 국문 음향필름과 합쳐 복원하는데 성공했다.

호피와 차돌바위 - 위 작품의 후속작이며 제자인 차돌바위를 주인공으로 한 스핀오프 작품이다.

홍길동 장군 - 1969 7 22일 개봉한 홍길동(1967)과 내용이 이어지지 않는 용유수 감독작이다.

우주전사 홍길동 -1983년작 극장 애니메이션. 하지만, 반공 애니메이션적인 한계로 잊혀진지 오래이다.

돌아온 영웅 홍길동 - 1995년 개봉된 한일 합작 애니메이션. 첫 영화 개봉이후 약 30년만에 등장한 홍길동 작품이었고 흥행도 좋았으나 작품의 평은 썩 좋지 않았다.

홍길동 2084 - 2011 8 18일 개봉. 인물 디자인도 스토리도 그래픽도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고 성우도 전문 성우가 아닌 연예인을 기용하여 개봉 전부터 욕을 바가지로 먹었다. 씨네21 리뷰에서는 모션 캡처와 키 애니메이션 기술을 활용한 액션장면은 제법 뛰어난 편이라 평했지만 각종 클리세의 남발과 진부한 영웅 스토리 등을 감점 요인으로 꼽았다.

홍길동 어드벤처

 

1.4.5. 드라마

 

홍길동(SBS) - SBS 드라마

쾌도 홍길동 - KBS 드라마. 2008년 방영. 사실 퓨전 트렌드 드라마에 가깝다.

역적 : 백성을 훔친 도적 - MBC 드라마. 2017년 역적 : 백성을 훔친 도적이란 이름으로 방영되었다. 배우 윤균상이 주연을 맡았다. 처음 기획의도는 소설 속의 도인 홍길동이 아닌 연산군 시절의 실존했던 인간 홍길동을 그린다고 되어있었지만 실제 내용은 홍상직의 아들이 아니라 천민의 아들이라는 설정 빼고는 소설 속 홍길동에 가깝다. 시대 배경만 연산군 시절일뿐 홍길동의 캐릭터는 소설 속 이미지를 차용한 퓨전 사극이다. 대놓고 분신술 같은 도술을 쓰지는 않지만 입으로 바람을 불어 사람을 쓰러뜨리고 바위를 손으로 부수는 등 초능력자인 것은 틀림없다. 심지어 쾌걸 조로의 마스크를 쓰고 하늘을 날아 다니기도 한다.

 

1.4.6. 게임

 

1991 MSX 복제팩의 대부중 하나인 크로바소프트에서 MSX/세가 마스터 시스템용에 자체제작한 게임으로 '홍길동'이 있었다. 강제 스크롤이 되는 액션 슈팅게임인데, 조작성은 개떡같았을것으로 사료된다. 흥미롭게도 타이틀 BGM은 아리랑이고 메인 BGM은 뭔가 민요를 당시 게임기 음원으로 조악하게 흉내낸듯한게 묘하게 중독성있다.

대항해시대 5 - 홍길동: 항해사로 등장.

로스트사가 - 홍길동(로스트사가)

리그 오브 레전드 - 탈리야: 스킨 중 삼성 갤럭시 탈리야의 모티브가 홍길동이다.

마피아42 - 홍길동: 도둑(마피아42)의 스킨으로 등장.

망국전기 - 홍길동: '미리내 소프트'에서 발매한 PC게임. 가상인물 '홍세영'의 조상으로 등장

영웅 for kakao - 홍길동

오버워치 - 트레이서의 스킨으로 등장.

왕이되는자 - 문객 홍길동

쿠키런 - 의적맛 쿠키

크레이지레이싱 카트라이더의 캐릭터로 나온다. TS화 되어 등장한다.

클로저스 - 홍길동: 기억을 잃기 전의 김철수가 교단에서 부여 받은 세례명

홍길동전

KOF 맥시멈 임팩트 - 김갑환

메르헨 판타지 - 홍길동

 

1.5. 기타

 

만약 홍길동이 흑인이라면? 이라는 가정을 바탕으로 한 인터넷 밈인 흑길동이 있다. 블랙워싱 사태를 까는 도중에 홍길동이 간지 나는 흑인이면 존나 재밌겠다(...)는 드립을 시작으로 나온 밈. 이후 루리웹의 모 유저가 블레이드(1998)를 리터치한 그럴듯한 포스터가 나오기도 했으며, 2020년에는 납자루 작가가 트위터에 "홍길동 스토리를 헐리우드 서부극으로 어레인지하면 재밌겠다"는 썰을 풀며 낸 시나리오가 넷상에서 반응이 좋아 여기저기 많이 퍼졌다.

홍길동이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라는 말을 하자 홍문이 "호부호형을 허락하겠다"고 말하지만 홍길동이 무식해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데 그게 무슨 소용입니까"라고 따지는 고전 개그가 있다.

2. 조선 초의 실존인물 홍길동(洪吉同)

2.1. 생애

"강도 홍길동을 잡았다 하니 기쁨을 견딜 수 없습니다. 백성을 위해 해독을 제거하는 일이 이보다 큰 것이 없으니 청컨대 이때에 그 무리들을 다 잡도록 하시오소서"

조선왕조실록 1500(연산군 6. 경신년) 10 22(계묘) 기사

의금부의 위관(委官) 한치형(韓致亨)이 아뢰기를, "강도 홍길동(洪吉同)이 옥정자(玉頂子)와 홍대(紅帶) 차림으로 첨지(僉知)라 자칭하며 대낮에 떼를 지어 무기를 가지고 관부(官府)에 드나들면서 기탄없는 행동을 자행하였는데, 그 권농(勸農)이나 이정(里正)들과 유향소(留鄕所)의 품관(品官)들이 어찌 이를 몰랐겠습니까. 그런데 체포하여 고발하지 아니하였으니 징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들을 모두 변방으로 옮기는 것이 어떠하리까."

조선왕조실록 연산군일기 39, 연산 6 12 29 (기유) 기사

조선 시대에 실존했던 유명한 전국구 도적. 위 홍길동의 모티브가 된 인물로 조선왕조실록의 연산군편에 기록되어 있다. 정승과 판서를 지낸 소설판 홍길동만큼은 아니지만 여기 홍길동도 아버지 홍상직이 무관직을 지낸 적 있는 양반 집안이었다. 조정의 고위직과는 거리가 있는 종성절제사(鍾城節制使)를 지냈다.

 

홍상직의 아버지 홍징은 고려 말 권신 염제신의 사위였다. 염제신의 아들이면서 이인임의 수족이었던 염흥방과는 처남 매부 관계라서 염흥방 일파로 몰려 아버지 홍징과 다른 형제들은 처형됐고 홍상직은 가까스로 목숨을 건져 전라도 장성으로 은둔해 터를 잡았다.

 

홍상직의 외손자는, 연산군 시기에 영의정을 지내고 후일 반정에 가담하는 유순이다. 염제신의 사위로는 홍징, 이송 등이 있는데 이송의 아들이 세종 대 과학자 이천이다. 즉 홍상직과 이천은, 같은 염제신의 외손자인 것이다.

 

홍길동 형들의 대에 이르러 홍길동의 가문은 실세로 떠오른다. 홍길동 위로는 적자 출신인 형 홍귀동과 홍일동(1412?~1464)이 있었는데, 이중 홍일동이 계유정난에 참여해 원종공신 2등훈에 책록되었던 것. 홍일동의 실제 벼슬은 호조 참판에 이르렀다.

 

홍일동은 유명한 대식가이기도 했다. 동시대 사람 서거정이 지은 <필원잡기> "그 사람은 진관사에서 생활할 때 떡한 그릇, 국수 세 주발, 밥 세 바릿대, 두부국 아홉 주발을 먹었다. 그 사람이 산 아래 왔을 때 식사를 대접하는 사람이 있었다. 또 홍일동은 찐 닭 두 마리, 물고기국 세 주발, 생선회 한 쟁반, 술 마흔 잔을 먹었다. 세조가 이 소식을 듣고 사실 여부를 확인했다. 홍일동은 사실임을 아뢰었고 세조는 장사(壯士)라고 말했으나 평상시에는 미숫가루를 먹고 맑은 술만 마셨으며 밥을 먹지 않았다. 1464년에 그 사람이 명 사신을 접대하다가 홍주에서 폭음으로 죽었을 때 사람들은 배가 터져 죽었다고 생각했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야사엔 대식가 홍일동의 소문을 들은 세조가 홍일동을 궁으로 불러 얘기를 해보려했는데, 홍일동이 불교신자인 세조 앞에서 척불배불을 논하자, 이에 노한 세조는 당장 그 자리에서 홍일동을 죽이려했다. 하지만 홍일동이 목에 칼이 들어와도 꿈쩍도 않고 척불배불을 외치자, 그 의연함이 마음에 들었는지 세조는 칼을 거두고 술 한 양동이를 상으로 내렸는데, 홍일동은 그 자리에 한 양동이를 원샷하고도 모자라는지 입맛만 다셨다. 그걸 본 세조는 추가로 두 양동이를 하사했고, 두 양동이를 모두 비운 후에야 홍일동은 세조에게 절을 하며 "성은이 망극하옵니다"라고 감사를 표했다고.

 

홍일동의 딸이자 홍길동의 조카딸인 숙의 홍씨는 성종의 총애받는 후궁이었으며, 7 3녀를 낳았다. 조선 전기 경향사족의 서얼은 경향사족의 돈벌이 등을 대신 처리하던 위치였던 데다가 조카가 숙의 홍씨이기 때문에 어지간하면 홍길동을 건드릴 수조차 없었으니, 통념과는 달리 조정관리가 비호할 만큼 빽이 굉장히 든든한 인물이었던 것.

 

고로 현실판 홍길동은 의적이라기보다는 정계의 빽이 매우 강력한, 오늘날로 치면 관과 결탁한 조직폭력배, 정치깡패 등의 두목 같은 성격이 매우 강했다고 볼 수 있다. 홍길동이 갑자기 기록이 사라진 것도 숙의 홍씨를 생각하면 이상할 것이 없다. 이런 배경을 가진 홍길동은 전국구 도적패를 이끌었는데, 평범한 도적들과는 질적으로 달랐다.

 

부하 중에서 일부가 벼슬아치와 결탁하거나 가끔씩 당상관으로 행세했다는 기록도 있다. 자기 형인 홍일동이 진짜로 당상관이었으니 형이 입던 옷 갖다 입으면 될 정도로 당상관 행세하기도 매우 쉬웠다. 이로 봐서는, 높으신 분들과의 친목 관계를 잘 이용했던 인텔리 범죄자이면서 검계의 폭력배들을 이끄는 무력까지 겸비한 능력자였다.

 

, 검계라는 명칭이 기록에 처음 보이는 것은 홍길동 시대보다 훨씬 뒤인 약 200년 후 숙종 통치기 때이다. 물론 당시에는 그런 명칭으로 불리지는 않았지만 사서에 기록된 홍길동의 행적은 보면 이후 검계와 큰 차이가 없긴 하다. 오히려 더한 점도 있는 걸 보면 검계의 전신격.

 

덤으로, 부친이 1424년 사망한 것을 고려할 때 활동 시기인 성종 말~연산군 초의 나이는 위의 의적과는 다르게 최소한 70대 노인으로 추정된다. 부친이 죽은 후 유복자로 태어났다 해도 1425년생이니 잡혔을 때 만 75세이다.

 

실존한 홍길동은 극악하고 냉혹해서 자신의 정체를 알릴까봐 자신을 숨겨준 가족을 죽이거나 얼굴 가죽을 벗겨서 매달아 놓기도 했다. 당시에는 홍길동의 성명이 욕설로 쓰일 정도였다. 특히 충청도의 피해가 극심했다. 충청남도 공주시 유구읍 문금리에 유독 홍길동 관련 구전이 많이 전해진다. 심지어 이 마을에 있는 금계산에는 '홍길동묘'라고 불리는 장소까지 있다.

 

그래서 유민이 대규모로 발생하고 세수가 안 걷힌다는 내용이 실록에 나온다.

"(전략)충청도는 홍길동(洪吉同)이 도둑질한 뒤로 유망(流亡)이 또한 회복되지 못하여 양전을 오래도록 하지 않았으므로 세()를 거두기가 실로 어려우니..."

- 중종실록 18, 중종 8 8 29일 갑자 1번째 기사

당연히 조선 조정에서는 홍길동을 잡으려고 혈안이 됐지만 머리가 좋아서 관군들을 농락하면서 도망한 데다가 조선 조정의 관리들을 포섭해 비호받았는데 그 대표로 당상관을 지낸 무관 엄귀손이 있다. 엄귀손은 정3품 절충장군으로 탐관오리로도 유명했는데 홍길동과 결탁해 갖은 부를 축적했다. 홍길동은 엄귀손의 비호하에 조선 조정의 관리를 사칭하는 등 범죄의 판을 키우다가 결국 1500년에 체포됐다.

 

실록에는 홍길동을 체포하고서 홍길동을 도운 사람을 처벌한 내용이 나온다. 체포된 홍길동을 처벌하는 논의도 있고, 처형했다는 기록은 없지만 죄질이 극악무도했다는 사정을 감안하면 사형을 면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픽션인 신봉승의 <조선왕조 오백년> 원작에는 늪에 몰려서 생포되고 모진 고문 끝에 능지처참에 처해져 뼈가 분쇄돼 바람에 날아가는 것으로 처리하지만 기록에는 그런 내용이 없다. 홍길동을 도운 엄귀손이 고문받고 옥중에서 장독으로 죽었다는 기록은 있다.

 

결국 실존했던 홍길동의 생몰년은 의견이 분분한데 체포된 해에 사형됐다면 1500년에 죽은 것이 되지만 1501년에도 기록이 있고 그 후에도 처벌된 기록이 없어서 갇혀 있다가 탈옥했다면 한참 후가 홍길동의 몰년이 된다. 생년은 밝혀진 바가 없지만 홍길동의 형인 홍일동이 1412년 출생이므로 그 후라는 사실만 알 수 있다.

 

장성군에서 전해지는 얘기에는 1443년경에 태어났다는 설이 있는데 이 경우 잡혔을 때 57세로 막 환갑을 바라보는 초로의 나이로 보이지만 1443년생이라면 1424년 사망한 홍상직의 아들이 될 수 없다. 이 때문에 드라마 역적 : 백성을 훔친 도적에서는 백성 홍 아무개의 아들로 나온 듯 하다. 유복자로 가정해 1425년생으로 가장 적게 잡아도 75세에 잡힌 것이 된다.

 

홍길동이 탈옥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는데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을 보면 홍길동은 포도청이 아니라 의금부에서 추국했고. 훗날 중종 18년에 도적 60명의 탈옥을 방지하려는 논의에서 남곤과 이유청이 "지난번 경신·신서 연간에 있었던 홍길동의 옥사를 거울삼을 만합니다."라고 발언한 것으로 보아 홍길동의 옥사에서 탈옥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옥사했다는 기록이 나옴(옥에서 죽었다는 기록은 없다. 실록에서 '옥사'는 반역 따위의 큰 사건을 말한다)에도 여러가지 설이 나오는 이유는 <조선왕조실록>이 자세한 기록물이기 때문인데 자세해야 할 대도적 홍길동에 대한 기록이 매우 적다. 보통 산적 등이 발생하면 관군 출동, 사살, 체포, 문초, 처형 등 숫자까지 아주 세세하게 기록이 된다. 하지만 홍길동에 대한 기록은 체포했다는게 전부고 문초한 기록마저 엄귀손에 대한 것만 나오고 홍길동에 대한 것이 없다. 다만 기본적으로 <연산군일기>가 다른 실록들에 비해 다소 부실하거나 중간에 비는 부분이 많은 편이기는 하다.

 

이런 사정 탓에 홍길동 사건이 정부 고관까지 이어지는 수준이었다는 주장도 있다. 홍상직의 아들이라면 성종의 후궁 숙의 홍씨를 통해 성종까지 이어지게 된다. 이처럼 실록 편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연루되었기 때문에 축소 은폐되었다는 설도 있고 탈옥설, 가짜 바꿔치기설, 오야케 아카하치 동일인물설에 끼워 맞추기 위한 근거없는 추측이 무성하다.

 

2.2.  홍길동 여담

 

실존 인물인 홍길동은 잔혹했으나 몇 세대가 지나자 '폭군의 시대를 엿먹인 도적'이라는 명성만 남게 되었다. 결국 홍길동은 지배층을 까고 싶은 욕구와 맞아떨어져 아름답게 꾸며지기 시작하는데 이는 일본의 이시카와 고에몽과 유사하다. 무엇보다도 홍길동이 의적으로 아름답게 꾸며졌던 이유는 홍길동이 살아 있던 시기의 왕이 하필이면 바로 조선 최악의 폭군이라 불렸던 연산군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산군을 혐오했던 반가에서도 소설이 인기를 끌었다. 다만 아이러니하게도 홍길동이 한창 활동하던 당시의 연산군은 대신들과 적절히 타협하며 국정 업무를 잘 봤는데 연산군이 본격적으로 망가지는 것은 갑자사화 이후다. , 그런 이야기도 후대의 추억보정 내지 왜곡.

 

그 후 소설 <홍길동전>이 나오면서 아예 뜻이 뒤집혀 소년들이 홍길동의 성명을 걸고 맹서하는 의적 캐릭터로 유명해졌다. 후대에는 김옥균을 쏜 홍종우, 길영수, 이기동이 개혁을 함께 이끌었는데 사람들은 이 사람들이 큰 활약했다고 해서 성명 중 한 자씩을 따홍길동으로 불렸다는 말도 있다.

 

전라남도 장성군 황룡면 아곡리(일명 아치실 마을) 측과 강원도 강릉시 측에서 서로 홍길동의 고향이라고 주장한 적이 있다. 장성군수 모 씨는 <증보해동이적>에서 홍길동은 장성 아차곡 출신이라고 나오므로 홍길동의 고향이라고 주장했고 강릉시장 모 씨는 <홍길동전>을 지은 허균의 고향이라서 각자 홍길동의 고향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장성군 측이 승리하여 홍길동의 캐릭터권을 독점하게 되었다고 잘못 알려져 있기도 한데 상표등록 취소심판에서 장성군이 이긴 것은 맞지만, 그 심판 이유는 장성군에 캐릭터권이 있는지 여부와는 아무 관계가 없고 강릉시가 상표권을 찜해 놓고 안 썼기 때문에 취소한다는 것이었다. 등록만 해 놓고 쓰지 않는 이른바 저장 상표를 막기 위해서 등록 후 3년 동안 안 쓰면 취소심판을 제기할 수 있고 이 사유로 제기된 취소심판에서는 상표등록자가 사용을 했는지 여부만 확인하는 것이며 누구에게 실질적인 권리가 있는지 여부는 심판 대상이 아니므로 장성군이 강릉시에 이긴 것은 그냥 강릉시가 상표 사용을 안 했다는 사유 때문인 것. 일단 선출원이 우선되는 상표권 특허심판에서 실존 인물 고향이라고 손을 들어줄리가 없기도 하다. 다만 취소심판 이후에는 강릉시에서 별 관심을 두지 않고 있으며 사용하지 않아서 취소당한걸 보면 그 전부터 관심이 없었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장성군이 사실상 캐릭터 독점에 가까워진 것은 맞는 듯. 그런데 위 내용을 보면 실존 인물 홍길동의 고향이라는 것이 과연 캐릭터 사업을 할 정도로 자랑스런 일이 맞는지 의문이기는 한다.

 

실록에 홍길동의 체포 기록만 있고 사형 기록이 없는 점과 율도국 이야기를 엮어 동시대 류큐 왕국에서 조정에 반항하고 독립 세력을 이끌었던 호족 오야케 아카하치가 바로 탈옥 도주한 홍길동이라는 재야 사학자들의 주장이 있다. 오야케 아카하치의 별칭이 '홍가와라' 인데 한자로는 洪家王으로 음차되므로 이것이 '홍씨 왕' 즉 홍길동 왕이라는 것이 근거. 하지만 류큐 기록에 따르면 홍가와라라는 칭호는 오야케만 쓴 칭호가 아니고, 오야케가 류큐 관군에게 죽은 해가 홍길동이 조선에서 체포된 해와 같으므로 두 사람이 동일인물일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3. 한국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견본용 이름

 

견본용 이름으로 사용된 홍길동

한자는 洪吉童. 공문서, 서류 작성 예시에 많이 언급된다. 그냥 여기에 성명 입력이라는 것. 한글 소설 홍길동전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가족 사항으로는 부친 성명은 홍판서고 그 직업은 공무원.

 

왜 하필 '홍길동'인지는 정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지만, 대강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다. (왜 문서양식 이름은 다 홍길동일까? 문서 양식의 예시 이름은 왜 전부 홍길동일까?, 홍길동 이름을 예시로 쓰는 이유) 아래 조건을 만족하는 이름을 찾던 한 공무원이 적절한 이름 찾다가 홍길동전에서 영감을 떠올렸다는 설도 있다.

읽는 이가 "성명"임을 쉽게 인지할 수 있어야 한다.

동명이인의 가능성이 거의 없다. 2008~2021년 출생자 중 '길동'이라는 이름을 쓰는 사람은 단 5명이고, 그마저도 홍씨일 가능성은 매우 적다.

후손 등이 항의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허구성이 더해진 고전소설 속 인물이다.

대한민국 사람들이라면 다 아는 인물인 데다, 이미지도 좋다.

세 글자 모두 받침이 있어 채워넣은 양식을 평가하기 좋다.

 

비슷한 것으로는 영어권 국가에서 사용하는 존 도(John Doe) / 제인 도(Jane Doe) 나 존 스미스(John Smith), Joe Bloggs, Joe Public 등이 있다. 또 미국에서는 John Q. Public, Joe Blow 등이 있다. 핸콕이라는 말도 비슷하게 쓰이는데, 그 이유는 미국을 건국한 초대 정치인 존 핸콕이 독립선언문에 크게 서명해서 핸콕이라는 말이 '자필 서명'을 의미하게 됐기 때문이다. 윌 스미스가 주연한 영화 〈핸콕〉의 주인공 성명이 핸콕인 것도 기억을 잃은 상태에서 자필로 서명하라는 말을 듣고 자기 이름으로 착각했기 때문이다.

 

영국에선 대영제국 시대 영국군에서 흔한 Tommy Atkins가 영국군 전체를 대표하는 이름이 되었다.

 

일본에서는 야마다 타로(山田太)/야마다 하나코(山田花子)가 비슷하게 쓰이는 이름이다.

 

'홍길동'이라는 견본용 이름은 일본에서조차 한국인의 견본용 이름이 되어버렸다. 법무성 출입국재류관리청에서 특별영주자증명서 샘플을 게재했는데, 거기에 쓰여진 이름이 洪吉童이다.

 

공공기관 외에 은행이나 증권사 등에서는 다른 인물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전국민, 김신한, 김신용, 김뱅크 등. 대학 논술에서도 성균이, 균관이라든가 김동국 같은 명칭이 나오기도 한다. 카카오에서는 라이언, 어피치 등 자사의 3글자 캐릭터 이름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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