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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드라마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by shineylake 2023.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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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1. 감상 및 제목에 대하여

 

예전에 이 영화를 보다가 초반에 포기한 적이 있다. 제목을 봐서는 노인 복지 관련 영화이겠구나 생각했다. 또한 노인과 관련하여 노인의 경험을 통하여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영화이겠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알 수 없는 살인이 반복되며 이해할 수 없어서 보는 것을 그만두었던 것이다. 그런데 어디서 꼭 보아야할 영화 목록에 있는 것을 보고 이 영화가 그렇게 명작이었나 하는 생각에 다시 보게되었다.

 

먼저 제목을 이해하여야 한다. 제목은 아일랜드의 시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시비잔티움으로의 항해(Sailing to Byzantium)’의 첫 구절 'That is no country for old men'에서 가져온 것이다. 뜻은 ‘(세상이 많이 바뀌고 험악해지며 자신이 이해할 수 없게 변했거나 돌아가기 때문에) 노인이 살아갈 만한 나라가 아니다에 가깝다라는 것이다.

'노인'이란 '오래된 지혜를 가진 현명한 생각의 소유자'이다. 만약 노인의 경험과 지혜대로 모든 것이 예측 가능하게 흘러가는 사회라면 그 곳에서 노인들은 대접받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지혜로운 노인이 예측한 대로 흐르지 않는다. 우연을 통해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고, 누군가 선한 의도로 행한 일이 곧 악몽이 되어 찾아오며, 시시때때로 저지른 이유도 목적도 공감할 수 없는 범죄가 일어나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결과가 매일 일어나는 곳이 우리가 사는 현실인 것이다. 이러한 부조리한 세상의 이치를 매우 담담한 시선으로 그리고 있다. 영화에서도 선의를 베푸는 사람을 이유없이 살해하는 장면이 몇 번 나온다. , 제목의 의미는 '노인(지성인)이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쉬운 나라(세상)는 없다'는 혼돈의 법칙에 대한 무미건조한 해설에 불과하다. 제목의 진짜 의미를 알게 되면, 왜 영화에서 혼돈의 화신이나 다름없는 살인마 안톤 쉬거가 등장하는지도 알게 될 것이다. 영화는 '안톤 쉬거'라는 재앙적 존재를 통하여, 모든 사람은 혼돈이 지배하는 세상으로부터 완전히 안전해질 수 없다는 사실의 가혹함을 보여 주려 했던 것이다. 이런 의미의 제목에 걸맞게 늙은 보안관인 에드 톰 벨은 등장인물들 중에서 가장 양심적이고 이성적인 모습을 보여 주지만, 결과적으로는 아무런 유의미한 결실도 맺지 못한다.

 

시대적 배경

이 영화를 이해하기위해서는 시대적 배경도 아는 것이 도움이 된다. 베트남전과 오일 쇼크로 1970년대 미국은 사회 문제, 경제 문제가 악화되었고 60년대까지만 해도 극소수였던 연쇄살인이 갑자기 대규모로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 작품의 배경이 1980년인데, 1980년 미국의 살인 범죄율은 10만 명당 10.2건으로 역사상 최악이었다.

 

영화가 시작하면 보안관 벨 역의 토미 리 존스가 독백 형식으로 내레이션을 한다. '예전에는 보안관들이 총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는 시기가 있었다'면서 '조금 더 평화로웠던' 과거의 모습, 과거의 세상을 회상하던 존스는 한 소녀를 살해한 죄로 사형에 처해진 살인마를 체포한 경험을 이야기하며 살인자의 반성 없음과 살인의 잔혹성을 한탄하는데, 이 것만 봐도 당시 시대상을 알 수 있다.

 

원제목이 워낙 길며 내포하는 의미 또한 함축적이어서, 영미권 이외의 국가에서 현지화된 제목을 보면 뭐 하나 일관성이 없이 다르다. 일본은 '노 컨트리'(カントリ), 중국은 '늙은이가 기댈 곳은 없다(老无所依)', 대만은 '위험한 길에는 가까이 가지 말라'(險路勿近), 홍콩은 '이백만 달러에 목숨을 잃은 기이한 사건'(二百萬奪命奇案), 베트남은 '숨을 곳은 없다'(Không chn dung thân) 등이다. 그나마 이 중에서는 중국판 제목이 원제의 뜻에 가장 가깝다.

이 영화는 미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코맥 매카시 의 2005년작 소설과 그것을 원작으로 한 코엔 형제 감독의 2007년 미국 영화이다. 1980년 여름의 미국 텍사스 주를 배경으로 했다.

 

2 등장인물

 

르웰린 모스(조시 브롤린 분)

 

베트남 전쟁 당시 제12보병대대 소속 저격수로 복무했던 남자. 더빙판(기내, 넷플릭스) 성우는 홍진욱.

시골 촌구석에서 연하의 아내와 함께 트레일러에 살고 있었다. 어느날 사냥을 나갔다가, 서로 총격전을 벌이는 바람에 죽어 쓰러진 갱들을 목격한다. 가까이 가보니 치명상을 입고 죽어가는 멕시코인 갱 한명만 살아있었는데, 마실 물을 달라고 애원하는 것을 무시하고 주변을 조사하다가 거액이 들어있는 돈가방을 줍는다. 그대로 집에 돌아왔다가 그날 밤, 뒤늦게 고개를 든 동정심 때문에 물을 가지고 현장을 다시 찾았지만 멕시코인은 이미 죽어 있었고, 때마침 그 주변에 도착해 있던 갱들에게 쫓긴다. 상당히 똑똑하고 뛰어난 관찰력과 대담함을 가졌으며 감히 안톤 쉬거에 맞설 정도로 뛰어난 인물이었지만 결국은 어처구니없게 살해당한다. 소설과 영화의 최후가 다르다. 소설에선 히치하이커 소녀와 엮여서 소녀를 쫓는 갱들과 총격전 후 죽고, 영화에선 뒤를 쫓은 멕시코 갱스터에게 장모님이 속아서 위치를 알려줘서 죽는다. 둘 다 결국 쉬거와는 관련 없는 죽음이라는 것이 같다. 르웰린이 돈가방을 회수하고 죽은 후, 돈가방의 행방은 오리무중에 빠진다. 사용 총기도 많은데, 작중에서 모스가 산탄총을 신뢰한다는 묘사도 있었고 실제로 작중에서 주무기는 모스가 직접 톱질해 불법으로 소드 오프 샷건으로 만든 윈체스터 M1897이다. 소드오프에는 잘 빠지지 않는 손잡이에 덕트 테이프를 감는 것을 보면 총기류에 대한 지식도 꽤 있는듯. 탄약은 버드샷이나 슬러그를 쓰지 않으며 인간을 상대로 용이한 12게이지 00번 벅샷을 쓴다.

그 또한 변해버린 세계에 휩쓸린노인이지만 혼돈에 맞서 나름의 변칙을 시도하는 인물이며, 그가 그것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이 계속 상기된다. 이는 혼자 숙박 중이면서 더블 배드 두 개가 있는 방을 추가로 주문한다거나, 텐트를 종류도 말하지않고 뼈대만 사겠다고하거나, 병원 가운만 입고 국경을 넘는 등등의 비상식적인 행동에 단역들이 던지는 이상한 눈초리로 끊임없이 표현된다.

 

안톤 쉬거 (하비에르 바르뎀 분)

싸이코패스 살인마. 더빙판 성우는 이광수

 

에드 톰 벨 (토미 리 존스 분)

안톤 쉬거 사건을 담당한 보안관. 더빙판 성우는 유해무.

부친에 이어 보안관이 된 인물로, 연로한만큼 노련하며 마을 내에서 명망이 높은 듯하다. 젊은 보안관 한 명과 콤비를 이루며 활동한다(존재감은 희박). 희생자들의 몸에 총상으로는 보이지 않는 구멍이 뚫려 있다는 것과 사건 현장에서 탄피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 때문에 수사는 미궁에 빠진다. 이 사건에 르웰린 모스가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간파하여 안톤 쉬거의 추적에 나서지만 마지막에는 르웰린의 시체를 목격한다. 이후 르웰린 살해현장에 찾아온 쉬거를 잡을 기회가 있었지만 쉬거를 잡지 못한다. 결국 마지막까지 쉬거와 에드는 단 한번도 만나지 못했다. 사건이 흐지부지 끝난 후, 은퇴하여 부인과 자택에서 식사를 하는 도중 지난 밤 꾸었던 꿈 이야기를 해주며 영화는 끝난다. 영화판에서는 나오지 않지만 2차대전의 베테랑이자 그에 대한 나름의 트라우마가 있다. 또한 소설에서는 아내 로레타와의 사이에 딸이 하나 있었지만 사망한 것으로 묘사된다. 현명하고 신중한 인물이며, 제목에서의 노인을 상징하는 인물이기도 하지만 영화 내내 무력하다. 비합리적이고 잔인하게 변해버린 세상은 이성적인 늙은 보안관으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감당하기 어려운 세계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스릴러 영화가 익숙한 관객에게는 벨의 분량이 난해하게 여겨지기 쉽다.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하고 한 발 늦기만 하며, 영화 후반부엔 사건과 직접 관계가 없는 대화를 하다 끝나기 때문. 실제로 '르웰린과 쉬거의 추격전' 이라는 플롯에서는 벨을 아예 빼버려도 전혀 문제가 없을 정도다. 그러나 벨의 입장으로 영화를 보면 안톤 쉬거 사건은 그가 목격한 '이해할 수 없고, 손도 쓸 수 없는 기괴한 사건' 중의 하나, 즉 액자 속 이야기가 되며, 벨은 주제의식을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영화의 화자이다.

 

칼라 진 모스 (켈리 맥도널드 분)

르웰린 모스의 아내. 더빙판 성우는 정현경

평범한 시골 여인이며, 모스가 큰 사건에 휘말리지 않길 바라고 있었으나 결국 그 점 때문에 끝이 좋지 못한다. 남편을 사랑했기에 벨 보안관에게 연락하러 간 사이 자신의 어머니가 멕시코 갱에게 속아서 남편의 위치를 알려주는 실수를 한다. 말하자면 남편을 위해 한 행동 때문에 남편이 죽은 것. 영화 마지막에 어머니의 장례식을 치룬 후 집에서 쉬거와 조우하는데 생사가 확실하게 나오지는 않으나, 몸에 피가 묻는 것을 싫어하는 쉬거가 집을 나와서 발바닥을 확인하는 동작이 쉬거에게 살해당했다는 걸 암시한다. 마지막에 칼라가 쉬거에게 한 대사 "동전이 결정하는 게 아니라 당신이 결정하는 것"이야말로 이 작품이 세상에 던지는 가장 큰 비판으로서, 인생을 운이나 우연에 맡기지 말라는 의미다. 그러나 안톤 쉬거는 어처구니 없다는 듯이, 나 역시 동전과 같이 여기에 온 것이라며. 모든 것은 우연과 선택에 불과하다는 자신의 철학과 영화의 주제를 내뱉으며 간단히 이를 일축한다.

 

카슨 웰스 (우디 해럴슨 분)

멕시코 갱의 거래조직이 고용한 청부업자. 더빙판 성우는 안용욱.

웰스도 월남전에 참전한 경험이 있고 그린베레 중령 출신이다. 안톤 쉬거와 한 번 같이 일한 적이 있다. 나름 노련하기 때문에 그다지 어렵지 않게 르웰린의 행적을 추적, 멕시코에 위치한 병원에서 찾아내어 돈을 넘기고 자신의 보호를 받으라고 설득하나, 이에 응한 르웰린이 전화를 걸때 그는 호텔로 들어온 안톤 쉬거에게 살해당하기 직전이었다. 자신이 쫓던 안톤에게 너무도 쉽게 뒤를 잡히고 살해당하기 직전, 카슨은 그가 찾아낸 강변 너머의 돈가방의 위치를 알려주는 것으로 위기에서 빠져나오려 했으나 그마저도 통하지 않고 안톤 쉬거는 카슨에게 이렇게 말한다. "만일 네가 따르는 룰이 널 이 꼬라지(안톤에게 생사여탈권을 뺏기고 조롱당하는 상황)로 만들었다면, 그 룰이 무슨 소용이지?" 그리고 전화가 오자마자 그대로 끔살. 카슨 웰스가 살해당한 후 웰스를 고용했던 조직의 보스 역시 사무실에서 별다른 저항도 하지 못하고 안톤 쉬거에게 사살당한다.

모스가 숨긴 돈가방을 확인하고도 챙기지 않은 이유는 불명. 원래 목표가 돈가방이 아니라 쉬거였고, 르웰린 모스에게 거래를 제안한 상태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보통 사람이면 얼른 달려가 돈가방을 챙겼을 테니 그 또한 나름의 룰을 가진 인물임을 알 수 있지만 쉬거라는 재난 그 자체 앞에서는 힘없이 무너졌다.

여담으로 배우 우디 해럴슨의 친부인 찰스 해럴슨은 실제로 청부살인업자였다. 종신형을 받아 텍사스의 교도소에 갇혀있을 때 아들인 우디가 자주 면회를 갔었다고 하는데, 그때 본 아버지의 모습을 본떠 이 캐릭터를 만들었다는 설도 있다.

 

로레타 벨 (테스 하퍼 분)

에드 톰 벨의 아내. 더빙판 성우는 정혜옥.

초반부에 에드에게 말을 빌려주고 근근히 에드와 대화를 나눴다. 전체적인 비중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하지만 칼라 진 모스처럼 아내로서 남편에게 좋은 조언을 한다. 추적을 나서는 남편에게 다치지 말고, 누군가를 다치게 하지 말라는 조언을 해준다.

 

앨리스 (배리 코빈 분)

에드 톰 벨의 지인 아저씨. 과거 총을 맞아 휠체어에 타고 있다. 에드 톰 벨이 앨리스와 대면하는 씬에서 지금은 세상이 험악해졌다는 에드의 말에, 1909년 에드의 할아버지 대에서도 알 수 없는 강도 사건으로 친족이 죽은 것을 말해주면서, 역사는 항상 야만적이었다고 말해준다. 소설에서는 전쟁영웅으로서 에드가 한 일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부분이 있으나 삭제되었다. 평론가 이동진은 앨리스의 등장과 구성을 두고 데우스 엑스 마키나 적인 전개라고 2018년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라이브톡에서 설명한 바 있다.

 

3. 줄거리

 

1980년 여름의 미국 텍사스 주, 사막 한 가운데서 사냥 중이던 베트남전 참전 경력의 베테랑 저격수 르웰린 모스(조시 브롤린 분)는 사냥감을 뒤쫓다가 우연히 총격전이 벌어진 현장을 발견한다. 현장 주변에는 십여명이 죽어있었고, 차 안에서 살아남은 한 명은 총상으로 죽어가면서 모스에게 물을 달라고 애원한다. 트렁크에서 대량의 마약을 발견한 르웰린은 사건에 개입되고 싶지 않았기에 서둘러 자리를 떴고, 다른 흔적을 따라 사망자 한명과 2백만 달러가 들어있는 가방을 발견, 돈가방을 주워서 집인 트레일러 주택으로 돌아온다. 르웰린은 이 행운이 있기 전에는 꽤 가난하게 살았던 듯, 집도 아닌 트레일러는 매우 초라해 보이고, 젊은 아내는 바가지를 긁는다. 르웰린은 평소대로 잠들려고 하지만 죽어가는 생존자의 요청을 거절한 게 내심 꺼림칙했던지 물통을 가지고서 새벽녘에 현장을 다시 방문하는데, 때마침 사건 현장에 도착한 갱단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고 만다. 총격전을 피해 간신히 달아난 르웰린을 추적하기 위해, 갱들은 남아있는 르웰린의 차량의 번호판을 조회해서 추적하는 한 편 살인마 안톤 쉬거(하비에르 바르뎀 분)를 고용하고, 이후 이 참극을 발견한 보안관 에드 톰 벨(토미 리 존스 분)이 끼어들면서 이야기는 혼돈과 폭력의 결말로 치달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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